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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찰]배달말의 화석인 일본어 낱말 마츠리

기타 조회 수 125 추천 수 0 2018.12.16 17:16:42
조약돌 *.74.230.240
※ 축제가 일본어로 마츠리인 까닭

일본어를 배운 사람이라면(또는 일본 문화에 친숙한 사람이라면) 다 아는 이야기지만, 일본어로 ‘축제(祝祭)’는 ‘마츠리(祭り[まつり])’다.

그리고 일본어 사전에 따르면, ‘마츠리’는 ‘제사’나 ‘잔치’를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일본인은 왜 축제와 제사와 잔치를 통틀어서 마츠리로 불렀을까? 그리고 이 ‘마츠리’는 원래 무슨 뜻일까? 먼저 ‘상식’으로 받아들여지는 설명을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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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로 번역되는 마츠리는 일반적으로 공적이면서 경사스러운 종교적 의식 즉 축제를 의미한다. 마츠리는 마츠루(奉る)라는 말에서 파생된 것으로, 좌우의 손을 들어 제물을 바치는 모습을 상형화한 것이다.”

- <네이버 일본어 사전>의 설명(「일본의 사회와 문화」를 참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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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사제나 무당이나 신관(神官)이 신(神)에게 “손”으로 “제물”을 바치는 일(굿이나 제사)이 ‘마츠루’였고, 그것이 명사로 바뀌어서 ‘마츠리’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얼핏 보면, (제 3국 사람들에게) 이 설명은 그럴싸해 보인다. ‘마츠리’를 ‘제사’를 일컫는 한자인 ‘祭’를 써서 표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奉る’의 정확한 표기와 발음은 ‘다테마츠루(たてまつる)’지, ‘마츠루(まつる)’는 아니다. 그리고 ‘奉る’의 ‘봉(奉)’은 ‘받들다’는 뜻 말고도, ‘기르다’나 ‘돕다.’는 뜻이 있는데, 인간이 신을 ‘받든다.’고 말하는 건 이해할 수 있어도, 신을 ‘기른다.’거나 ‘돕는다.’고 말하는 건 어색하다. (종교와 신화의 논리에 따르면) 인간이 신을 기르거나 돕는 게 아니라, 오히려 신이 인간을 기르거나 도와야 하는 것 아닌가?

따라서 ‘마츠리’가 ‘마츠루’(아니 ‘다테마츠루’)에서 갈라져 나왔다는 설명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리고 내가 스물 두 해 전에 읽은 책에 나오는 학설에 따르면, 배달민족은 원래 큰 북 한 개를 양쪽에서 두 사람이 두드리고, 그 연주를 하면서 축제나 행사를 열었는데, ‘(북 한 개를 놓고 두 사람이 그 사이에서) 마주 보며 (북을) 두드리는 일’ → (줄여서) ‘맞두두리’ → ‘맞두리’ → ‘마주리’ → ‘마츠리’로 바뀌어서 일본어인 ‘마츠리’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축제에 반드시 북이 나오는 건 아니며, 전쟁터로 나가는 군사들을 독려할 때 “북”을 칠 수도 있고, 『삼국사기』「고구려본기」에 나오는 낙랑국의 자명고처럼 적이 쳐들어오는 걸 경고하려고 “북”을 칠 수도 있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을 ‘축제’나 ‘행사’로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게 문제다.

따라서 이 학설도 마츠리의 어원을 설명하는 옳은 학설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마츠리’는 원래 무슨 뜻이었을까? 먼저 축제가 무엇인지를 살펴보면 답이 나올지도 모른다.

국어사전과 한자사전에 따르면, 축제는 한자로 祝祭다. 그리고 ‘축제’는 원래 ‘사람들이 한 데 모여 축하하며 먹고 마시고 놀고 즐기는 일’뿐 아니라, ‘축하와 제사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라는 뜻이 있고, ‘신을 섬기는 사람(사제/신관/무당)이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일’이라는 뜻도 있다.

‘축(祝)’에는 ‘축하한다.’는 뜻 말고도 ‘(윗사람이나 신이나 조상에게) 빌’이라는 뜻과, ‘신(神)을 섬기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있고, ‘제(祭)’에는 ‘제사지내다.’ 뿐 이니라 ‘사람과 신이 서로 만나다.’는 뜻이 있는데, 그 뜻대로라면, ‘축제(祝祭)’는 ‘신을 섬기는 일을 하는 사람이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일’이나, ‘제사에서 (신에게) 빌다.’는 뜻이 담긴 낱말인 것이다.

고대나 중세사회에서는 축제를 여는 일은 곧 신에게 비는 일이자, 제사였고, 신이나 조상을 뵙는 일이었으며, 그들을 현실세계로 불러들이는 일이기도 했다.

한 예로 브라실(영어 이름 ‘브라<질>’인 나라의 정식 국호)의 사육제(카니발)도 원래는 천주교의 종교행사였던 것이 원주민의 다신교나, 서(西)아프리카 내륙국가 출신인 노예들의 믿음과 뒤섞여 축제로 탈바꿈한 것이며, 미국의 만성절(할로윈)은 원래 켈트인(人)이 죽은 사람들이나 조상들이나 귀신들을 현실세계로 불러들일 수 있는 날(그러니까 조상을 만나는 날)로 여겨 기렸던 풍습이 축제로 바뀐 것이다(에이레[Eire] 사람들이 서기 19세기 중엽 ~ 후반에 미국으로 달아나서 이 풍습을 퍼뜨렸다).

또한 배달민족의 풍습을 적은 옛 기록을 보면, 중세시대(또는 고대 말기)의 배달민족도 축제와 제사가 뒤섞인 행사를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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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달에는 하늘에 제사를 지낸다. 여러 날 동안 거듭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는데, 이를 ‘영고’로 일컫는다.”

― 『후한서』「부여전」(서기 1세기, 또는 그 이전 상황)

“해마다 10월이면 하늘에 제사를 지낸다. 이 때는 밤낮으로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는데, 이를 ‘무천’이라고 한다.”

― 『후한서』「예(濊)전」(서기 1세기, 또는 그 이전 상황)

“항상 밭갈이가 끝나는 5월에 신에게 제사지내면서 밤낮으로 술 마시고 놀며 무리를 지어 노래하고 춤춘다. 춤출 때 한 사람이 춤을 추면, 몇 십 명 씩 따라서 춤을 춘다.”

― 『후한서』「한(韓)전」<마한> 조 (서기 1세기, 또는 그 이전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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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서기 1세기(또는 서기전 1세기)의 배달민족 나라들은 “여러 날 동안” “술”을 마시고 음식을 먹고 “노래”하고 “춤”을 추면서 즐기되, 그와 동시에 “신에게 제사지내면서” 신을 찬양하는 행사를 치렀는데, 보면 아시겠지만 오늘날과는 달리 종교행사(제사)와 축제(오락)가 구분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면, 일본의 마츠리도 마찬가지가 아니었겠느냐는 의문이 드는 건 당연하다(그들이 서기 1세기부터 서기 668년까지 왜[倭] 땅으로 건너간 사람들의 후손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고대의 축제가 곧 제사였다면, 그 행사는 신을 인간세상으로 모시는(불러들이는) 일이거나, 아니면 인간들이 신을 기리는/기억하는/찬양하는 행사였고, 특히 무교(巫敎. 최준식 교수는 배달민족의 전통신앙을 ‘무속[巫俗]’대신 ‘무교[巫敎]로 부르자고 제안했습니다 - 조약돌)나 신도(神道)를 비롯한 다신교는 “신(新)플라톤주의자인 ‘플로티노스’가 말했듯이, ‘신들이 내게로 와야 하는 것이지, 내가 그들에게로 가야 하는 것이 아니다.’”는 생각을 어느 정도는 인정했다.

(# 신(新)플라톤주의 : 서기 3세기(서기 200년경) 철학자이자 종교인인 플로티노스가 완성한 헬라스 철학의 마지막 학파. 서기 6세기(서기 500년경) 후반 동(東)로마 제국[흔히 ‘비잔티움’이나 ‘비잔틴 제국’이라고 불리는 나라의 올바른 이름 – 잉걸]에서 그리스도교[동방정교]와 어울리지 않는 철학이 금지될 때까지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았다.
 
# 플로티노스 : 서기 205년에 태어나 서기 270년에 죽은 철학자. 이집트[당시 이름은 ‘아이깁토스’]에서 태어난 헬라스[영어 이름이 ‘그리스’인 나라의 정식 국호] 사람이다.)

즉 고대의 축제는 ‘사람이 신(神)을 불러들이는 일’이자, ‘사람이 인간 세상으로 오신 신/조상님/정령을 “맞이하는” 일’이었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이 “맞이하다.”는 말은 “오는 것을 맞다.”(예 : “새해를 ‘맞이하다.’”)는 뜻이다.

지금으로부터 537년 전(서기 1481년)의 조선 책인『분류두공부시언해(초간본)(1481)』에 따르면, 원래 “맞이하다.”는 ‘마지하다.’였는데, 이는 ‘맞 + 이 + 하다.’로 이루어진 말인 것이다.

옛날에는 ‘맞을 것이다.’나 ‘맞이할 것이다.’ 대신 좀 더 고상한 표현으로 ‘맞으리라.’나 그것을 줄인 말인 ‘맞으리’를 썼는데, ‘맞으리’는 소리나는 대로 쓰면 ‘마즈리’가 된다. ‘마즈리’?

그렇다. 바로 배달말이자, 옛말이고, 구어보다 좀 더 고상한 표현인 문어가 발음만 된소리로 바뀌어서  일본어 낱말로 굳어진 것이다.

마즈리 → 마츠리

로 말이다(내가 중/고등학교 시절 국어시간에 배운 바에 따르면, 원래 고대어에는 된소리가 거의 없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사회가 거칠어지고 각박해지자 - 그리고 전쟁 같은 극한상황이 자주 일어나자 - 발음이 거칠어지고 된소리가 많이 나왔다고 한다).

그러니까, ‘신이나 조상님이나 정령님이 (인간 세상으로) 오시면, 내가(또는 우리가) 그분들을 맞이하겠다.’는 말이, 줄어들어서 ‘(신/조상/정령을) 맞으리’가 되었고, 그것을 소리 나는 대로 되풀이하다 보니, 받침이 떨어지고 자음이 바뀌어서 ‘마즈리’가 되었으며(일본어에서는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났다. 한 예로, ‘國’은 원래 ‘국’으로 읽어야 하나, 일본어로는 ‘고쿠’다. 정음[훈민정음]이나 라틴 알파벳과는 달리, 소리의 받침을 쓸 수 있는 글자가 거의 없는 가나의 한계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 그것이 명사로 굳어져, 오늘날 ‘축제’를 ‘마츠리’로 부르게 된 것이다.

원래는 동사고 다짐을 나타내는 표현이 명사로 바뀐 걸 이상하게 여기겠지만, “고대 우리말(배달말 - 조약돌)은 명사가 발달하지 못하여, 동사를 명사처럼 사용했던 경우가 많았다. ‘안다’라는 동사를 ‘아는 사람’, 즉 ‘친구’(순수한 배달말로는 ‘벗’이나 ‘동무’ - 조약돌)를 뜻하는 명사로 사용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손성태 교수).”          

‘마츠리’를 ‘祭’자를 써서 표기한 건, 어디까지나 후세 사람들이 ‘마츠리’와 뜻이 비슷한 한자를 찾아서 갖다 붙이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일 뿐이고, ‘마츠리’는 순수한 배달말이 굳어져 일본어 안에 ‘언어의 화석’으로 남은 것이지, 한어(漢語)나 한자말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낱말이라는 분석을 덧붙인다.
 
(어쩌면, 삼한백제 사람들이나, 남부여 유민들이나, 고구려[高句麗] 사람들이나, 임나[任那] 유민들이나, 신라 사람들이나, 고조선 사람들도 축제를 ‘마즈리’로 불렀을지도 모른다)

‘마츠리’는 일본 신도(神道)의 행사를 치를 때 이른바 일본인들이 외치는 구호인 “왔쇼이/왔쇼이”(‘왓소/왔소’, ‘왔어요/왔어요’가 바뀐 말)나, 일본 구주(규슈) 섬 남쪽인 미야자키 현 난고(한자로는 ‘남향[南鄕]’) 촌(村) 사람들이 백제(남부여) ‘정가왕’을 제사지낸 뒤 외치는 작별인사인 “사라바!”(“‘살아 봐’ 즉 ‘살아서 다시 보자’는 처절한 이별의 인사말. 이 것이 일본 땅에 역시 이별 인사로 살아남아 있다. 텔레비전의 역사극 대사나 흘러간 옛 노래 가사에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안녕!’ ‘그렇다면 ….’ 등을 뜻하는 일본어” → 이영희 교수의 설명)처럼, 오늘날의 일본어에 남은 배달말이자, ‘언어의 화석’이다.

이는 오늘날의 루마니아 말(이들은 슬라브 인이나 불가르 족이나 마자르 족이나 알바니아인이 아니고, 오늘날 남아있는 사람들 가운데 가장 옛 로마인과 비슷하며, 자신들도 ‘로마의 직계 후손’임을 자처한다. 참고로 ‘루마니아’라는 이름 자체가 ‘로마인의 땅’이라는 뜻이다)이나 이탈리아 말에 옛 라틴어가 남아 있는 것과 같으며, 한국의 역사학계와 언어학계는 이른바 ‘야마토’ 민족의 말이나, 류큐(한자로는 유구[琉球]. 영문으로는 Ryukyu. 일본정부가 ‘오키나와’로 부르는 땅의 참된 이름) 제도(諸島)의 말을 모으고, “분석하고 해석”해, 옛 배달말과 배달민족의 문화와 갈마(역사)를 되살리는 일에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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