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ital Resources about Korean History

디지털의 옷을 입은 역사자료. 이제 史料는 공유되어야 한다.

VIEW

삼국유사 | 三國遺事

고려시대 일연에 의해 작성된 한국 고대 문화사의 최고 원천.

GO

고등학교 국사교과서

고등학교 7차 교육과정 국사교과서

MORE

History through images & Photos, Maps

이미지와 사진, 그리고 지도로 본 역사

VIEW

오늘:
9
어제:
32
전체:
1,235,008

철원 도피안사

투고글 조회 수 4361 추천 수 0 2010.01.06 18:28:49

 

 우리 위원회 편사회에서 편집간사인 필자가 하는 일 중 중요한 것은 답사를 준비하는 것이다. 여러차례의 답사를 준비하였지만, 지난 6월에 갔던 철원지역은 특별한 곳이다. 사실 철원지역은 어렸을 적에 습곡지형의 고석정(孤石亭)을 몇 차례 관광하였기에 익숙한 곳이었다. 그런데 대학에서 역사공부를 하면서 특별히 미술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와중에 철원에 있다는 도피안사(到彼岸寺) 3층탑을 알게 되었다. 김희경 선생님이 쓴 “塔”(1982, 열화당)이라는 책을 통해서 독특한 이형(異形)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 자태를 꼭 보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 답사를 준비하면서 철원지역의 근대유적도 정리를 하였지만, 무엇보다 도피안사에 관심이 쏠렸다.

궁예도성터, 총독부 육지측량부 제작(1918)


우선 가는 길이 그리 순탄치는 않았다. 답사를 갔던 날이 토요일이긴 하지만 공휴일이어서 그런지 의정부를 넘어서 부터는 차가 제법 많이 늘었고, 정체와 지체가 반복되었다. 이번 답사는 차량 몇 대에 나눠서 타고가기로 했기 때문에 확인차 중간 집결지에서 모여야 했다. 모이는 장소는 포천의 3.8선 휴게소이다. 장용경 선생님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1시간 가량 늦게 휴게소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일행 일부는 도착해 있었고, 아직 도착하지 못한 일행들을 기다렸다. 뒤에 오는 일행이 너무 늦어져서 먼저 점심식사 장소로 출발했다. 점심식사는 철원 신시가에 있는 유명한 막국수집이다. 춘천과 영동지역의 막국수는 여러 번 경험해 보았지만, 철원의 막국수는 처음이었다. 국수를 삶은 육수부터 시작한 점심은 시원한 탁주와 함께 수육과 막국수 덕분에 늦게 온 마지막 일행을 기다리는 것이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 결국 식사를 마친 후에야 본격적인 철원 답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먼저 철원지역의 근대유적은 대부분 민간인통제구역 내에 있다. 그것을 답사하기 위해서는 소위 “안보관광”을 하면서 나오는 길에 볼 수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고석정에서 수속을 마치고 졸지에 땅굴과 철원평화전망대 관람까지 경험하는 운(?)도 맞보았다. 평화전망대에서는 말로만 들었던 궁예도성(弓裔都城)터를 먼발치에서나마 확인할 수 있었고, 탁 트인 철원의 용암대지를 고등학교 지리시간 이후 비로소 접하게 되었다. 궁예도 내륙의 궁벽진 곳이긴 하나 고지대의 평야가 이어지는 이곳을 선택해서 도읍을 정했으리라. 월정역을 들려 나오는 길에는 근대유적인 철원 농산물검사소, 금융조합지 등이 자리잡고 있었다. 역시 민통선이라는 통제와 한계 때문에 내려서 자세히 볼 수는 없었고 다만 천천히 가는 차안에서 사진 한 장을 찍는데 만족해야 했다.

민통선을 나오자마자 일행을 맞이한 것은 우뚝서있는 노동당사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발해를 꿈꾸며” 이후 세간에 널리 알려지면서 찾는 사람도 많아지게 되었고, 그 결과 전쟁의 상흔만이 아닌 레져문화의 후유증까지 앓았던 노동당사는 건물을 안정시키는 공사를 마친지 얼마되지 않은 듯했다. 그나마 당당해 보이는 외관과는 달리 수술자국이 역력한 내부는 62년에 걸친 세월의 숱한 곡절과 쓸쓸한 흔적만을 전할 뿐이다.

노동당사 전경

 노동당사 내경  



 노동당사를 나오자 해가 어느덧 서쪽으로 제법 멀리 가고 있어서 일정을 서둘러야 했다. 마지막으로 들린 곳은 도피안사이다. 내심 가장 먼저 가고 싶었던 곳이지만 마지막에야 볼 수 있었다. 도피안사는 사찰관리권이 1985년에 민간인에게 넘어오면서 이미 오래전 부터 들어갈 수 있었지만, 대학 시절 선배들의 경험담 즉 “거긴 민통선 안이라서 황수영 선생님과 함께가 아니면 아무나 못간다”는 낡은 정보에 현혹되어 지금까지 피안의 길을 보지 못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중생을 피안의 해탈 세계로 건너가게 한다는 도피안사의 의미와는 달리 최근의 불사로 “피안”이 아닌 “정원”처럼 변해 있었지만, 그나마 종루 뒤편으로 펼쳐진 사역(寺域)은 석양과 적막한 산사가 잘 어울어져 속세를 떠난 듯하기도 했다. 대적광전 안에는 신라말에 만들어진 철조비로자나불좌상이 있다. 비로자나불은 [화엄경]·[법망경] 사상에 의해 조상되었다고 한다. “지(智)”를 상징하는 지권인(智拳印)의 수인을 갖고 있는 비로자나불은 부처의 광명(光明)이 모든 곳에 두루 비치며 그 불신에는 모든 세계를 포용하고 있다는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모시는 전각의 이름 역시 “빛 광(光)”이 들어간 대적광전(大寂光殿)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통일신라 이후 화엄사상의 융성과 더불어 많이 조성되었고, 불국사ㆍ보림사의 비로자나불이  대표적이다. 대적광전 앞의 3층석탑은 흔하게 볼 수 있는 석탑은 아니다.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문화인 석탑은 원래 목탑과 전탑에서 기원했다. 석가모니의 입적 이후 사리(舍利)를 나누어 10개의 탑(사리탑 8개, 회탑, 재탑)이 만들어지고 다시 아쇼카왕이 8만4천의 탑을 세우면서 불법이 세상으로 전해졌다. 그 탑의 시원모습은 인도의 복발탑(覆鉢塔)이다. 이 형태가 중국을 거치면서 중층누각(重層樓閣)의 목탑으로 발전하고 또 다시 중층건물의 전탑으로 변화하였다. 이러한 중국의 목탑과 전탑이 삼국시대에 전래되면서 석탑으로 정착하였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백제지역에서는 목탑과 목탑을 흉내낸 석탑(익산 미륵사지탑, 부여 정림사지탑)이 만들어지고, 신라지역에서는 목탑 뿐아니라 전탑과 전탑을 흉내낸 석탑(분황사탑, 경주 남산 3층석탑)이 만들어졌던 사실이다. 이 두 형태의 석탑은 통일로 인하여 하나의 형태로 융합되었다고 하며, 대표적인 것은 감은사지 3층석탑(典型樣式), 불국사 3층석탑(定型樣式)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석탑은 목탑의 형태(기둥[隅柱ㆍ撐柱], 옥개)와 전탑의 형태(층급형의 옥개받침) 이 공존하는 독특한 형태를 띄게 되었다. 이와같은 석탑이 가장 일반적인 양식의 석탑인데, 도피안사의 3층석탑은 이와는 달리 불상의 대좌와 같은 기단을 갖춘 이형의 석탑이다. 탑은 불신골(佛身骨) 즉 사리를 봉안한 건조물이다. 그래서 불상이 없었던 시대부터 예배의 대상이었다. 도피안사 석탑은 불상의 대좌 위에 불신골을 두어 불상을 모시듯이 탑신을 만들어 예배의 대상으로 여겨졌던 것이 아닌가 한다. 도선(道詵)이 비보(裨補)사찰로 창건한 도피안사에는, 해탈의 세계를 비춰줄 비로자나불이 대적광전 안에서, 그리고 불상대좌를 갖춘 또 다른 불신(佛身) 즉 이형석탑이 그 바깥에서 피안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

도피안사 철조비로자나불좌상 

도피안사 3층석탑


이와 같은 이형석탑은 기존의 틀을 깨는 문화적 반동에서 건조되었으리라. 도피안사가 창건되는 865년 즉 9세기 후반은 신라사회가 큰 변동을 맞이하는 시기이다. 후백제가 892년에 궁예의 마진(摩震)이 901년에 건국되었다. 철원지역은 신라라고 하는 기성사회에 도전하는 나라의 중심도시이다. 도피안사에 이형석탑이 만들어져 기존의 틀을 깨고자 했다면, 철원은 구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반동의 국가를 건설한 것이 아닌가 한다.

사진_노동당사앞에서.jpg


 철원은 전근대로부터 근현대사에 이르기까지 질곡과 곡절이 점철된 곳이다. 이러한 혼돈의 와중에 역설적으로 피안의 길이 숨어있었다. 이제 일행은 피안의 길을 나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을 떠났다. 세상사라는 것이 얼키고설킨 복잡다단한 연기(緣起)일지라도 철원의 도피안사에서처럼 피안의 길로 들어가 머물 수 있는 여유를 발견하길 바랄 뿐이다.Histopia™

역사의 창 2009년 가을호(2009.10.16)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저작자표시 Creative Commons License
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3.0에 따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이 게시물과 관련된 글
  1. [2017/02/03] 조선소요사건관계서류 by 푸주간
  2. [2017/02/03] 파한집|破閑集 by 푸주간
  3. [2017/02/03] 보한집|補閑集 by 푸주간
  4. [2017/02/03] 제왕운기|帝王韻紀 by 푸주간
  5. [2017/02/03] 동인지문오칠|東人之文五七 by 푸주간
  6. [2017/02/03] 동인지문사륙|東人之文四六 by 푸주간
  7. [2017/02/03] 중국사서 고려·발해 기사 by 푸주간
  8. [2017/02/03] 고려사절요 by 푸주간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투고글 암각화에서 배우는 소통의 지혜

  • 2010-12-29
  • 조회 수 1675

얼마전 다니는 사무실의 뉴스레터에 글을 싣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읽어보니, 편집자분께서... 글을 많이 다듬어 주셨네요. 그래서 그런지 전에 쓴 글들보다 훨씬 읽기에 수월해진 느낌입니다.. 글 전문을 올립니다. http://www.historyfoundation.or.kr/113 ...

소회 녹색뉴딜

  • 2010-04-23
  • 조회 수 4739

이 정부들어 추진된 정책 중에서 우리 생활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의 장래와 큰 연관이 있는 정책은 이른바 녹색뉴딜이다. 이름을 정할 때는 별다른 고민없이 오바마 정부 그린뉴딜Green New Deal을 그대로 차용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정작 Gree...

투고글 철원 도피안사 file

  • 2010-01-06
  • 조회 수 4361

우리 위원회 편사회에서 편집간사인 필자가 하는 일 중 중요한 것은 답사를 준비하는 것이다. 여러차례의 답사를 준비하였지만, 지난 6월에 갔던 철원지역은 특별한 곳이다. 사실 철원지역은 어렸을 적에 습곡지형의 고석정(孤石亭)을 몇 차례 관광하였기에 ...

정보화 고종의 국새 file

  • 2009-03-17
  • 조회 수 5233

오늘 뉴스에 나온 기사를 보고 몇자 적어본다.. 고종의 국새를 고궁박물관에서 사왔다고 한다. 그러면서 국편에서 소장하고 있다는 유리필름을 고궁박물관에서 공개하였다. 정작 국편에서는 가만히 있는데, 고궁박물관에서는 공개를 하다니.. 국편입장에서는 ...

정보화 옛날 숭례문

  • 2008-02-27
  • 조회 수 8988

얼마전에 남대문 그러니깐 崇禮門이 불이 났다. 계속 복원을 하네 마네, 그냥 두어야 하는데.. 복원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뭐 이런 말들이 나돌고 있다. 그러던 차에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에서 서비스되는 숭례문 사진을 몇장 올려본다. 한국사...

영화평 Sweeny Todd - 빗나간 사랑의 참혹함 file

  • 2008-02-13
  • 조회 수 6734

director :Tim Burton cast :Johnny Depp, Helena Bonham Carter, Alan Rickman releaseDate :2008-01-17 원제 : Sweeney Todd : The Demon Barber of Fleet Street 국내상영작 제목 : 스위니 토드 :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 스위니 토드 - 빗나간 사랑의 ...

영화평 하울의 움직이는 성 file [2]

  • 2004-12-28
  • 조회 수 13425

director :Miyazaki Hayao cast :Kimura Takuya,Basho Chieko releaseDate :2004-12-23 production :Studio Ghibli 지난 크리스마스 연휴를 집에서 알차게(?) 보내면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보게되었다.. 얼마전 피디박스를 통해서 다운받아서 CD로 구운다...

영화평 Taken - 못이룬 꿈의 이야기 file

  • 2004-09-20
  • 조회 수 7247

director :Michael Katleman cast :Julie Benz, Dakota Fanning releaseDate :2002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을 이용해서 스티븐 스필버그 제작의 Taken을 봤다. 모두 10부작인데 전부 본것은 아니고 5편까지, 그러니깐 딱 반만보게되었다. 제목 Taken은 납치를 ...

영화평 잉글리쉬 맨 / 소박한 서민의 단순한 꿈 file

  • 2004-02-15
  • 조회 수 7086

director :Christopher Monger cast :Hugh Grant, Tara Fitzgerald releaseDate :1996 원제 : Englishman Who Went Up a Hill but Came down a Mountain 원제에서 보이는 것 처럼 '언덕에 올랐다가 산에서 내려온 잉글랜드 사람'이 사실 영화를 대변하는 말이...

영화평 독재자를 통해본 전후 채플린의 영화의식 file

  • 2004-02-15
  • 조회 수 5683

director :Charles Chaplin cast :Charles Chaplin, Jack Oakie releaseDate :1940 사실 「독재자」라는 영화는 필자가 1988년 가을에 종로에 위치한 어느 소극장에서 보았던 영화다. 당시는 87년 대통령선거 이후 새정권의 권력 안정기에 접한 시기로서, 그전...



LOGIN

SEARCH

MENU NAVIG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