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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난번에 올린 글(「▩소잔명존 : 2. 근거지」)을 읽은 사람은 "『일본서기』를 읽어보라. 그 책의 내용에 따르면, 소잔명존은 자기 어머니인 이장염존(伊奘冉尊)이 보고 싶어서 울었다고 나와있지 신라로 가고 싶어서 울었다고는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어떻게 소잔명존이 신라 사람이라는 말을 할 수 있느냐?"고 물어볼 것이다.
이 반론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고사기』와『일본서기』에 따르면, 소잔이 태어나기 전에 이장염존(『고사기』에는 이야나미명伊耶那美命. 일본에서는 둘 다 ‘이자나미노 미코토’로 읽는다)이 죽는다.
"일서에서 말하였다. … (중략) … 불의 신인 가우돌지(軻遇突智)를 낳을 때, 모친인 이장염존이 데어서 세상을 떠났다. … 이장약존은 돌아와서 후회하면서, '나는 먼저 지저분하고 더러운 곳에 모르고 갔었다. 그러므로 내 몸의 더러워진 곳을 씻어 버리자.'라고 말하고, 축자(筑紫) 일향(日向)의 냇물이 흘러떨어지는 곳인 귤(橘)의 억원(檍原)에 가서 물로 깨끗이 씻었다. … (중략) … 연후에 왼쪽 눈을 씻었다. 그때 낳은 신을 천조대신(天照大神)이라 한다. 또 오른쪽 눈을 씻었다. 그때 낳은 신을 월독존(月讀尊)이라 한다. 다시 코를 씻었다. 그때 낳은 신을 소잔명존이라 한다.”
― 전용신 역『일본서기』, 권 제 1,「신대(神代)」상(上) 제 5단
“이야나기명(伊耶那岐命.『일본서기』의 이장약존. 일본에서는 둘 다 ‘이자나기노 미코토’라고 부른다)/이야나미명이 다음에 낳은 신의 이름은 조지석남선신(鳥之石楠船辛) - 다른 이름은 천조선(天鳥船)이라고 한다 - . 다음에 대선도비매신(大宣都比賣神)을 낳았다. 다음에 화지야예속남신(火之夜藝速男神)을 낳았다. 다른 이름은 화지현비고신(火之炫毘古神)이라 하고, 또 다른 이름은 화지가구토신(火之迦具土神)이라 한다. 이 자식을 낳았기 때문에, 이야나미명은 여음을 데어 아파 누워 있었다. … (중략) … 그리고 이야나미명은, 불의 신을 낳았기 때문에 결국 돌아가셨다. … (중략) … 이리하여 이야나기명은 ‘나는 참으로 추하고, 추하게 더러워진 곳에 가 있었던 몸이다. 그러니 나는 신체의 부정을 씻어 깨끗이 해야겠다.’고 말씀하시고, 축자일향(竺紫日向)의 귤(橘)에 있는 작은 수문에, 아파기원(阿波岐原)이라는 곳에 도착하시어 재계를 하셨다. … (중략) … 왼쪽 눈을 씻었을 때 생긴 신의 이름은 천조대어신(天照大御神), 다음에 오른쪽 눈을 씻었을 때에 생긴 신의 이름은 월독명(月讀命), 다음에 코를 씻었을 때에 생긴 신의 이름은 건속수좌지남명(建速須佐之男命)이다.”
―『고사기』상권
그리고 두 책은 소잔명이 자신이 맡은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늘 울기만 해 아버지의 노여움을 샀다고 적고 있다.
“이장약존이 세 아이에게, '천조대신은, 고천원(高天原)을 다스려라. 월독존은 푸른 바다의 조수를 다스려라. 소잔명존은 천하를 다스려라.'고 명하였다. 이때 소잔명존이 나이가 들었었다. 또 수염이 길었다. 그럼에도 천하를 다스리지 않고, 항상 울고 원망하였다. 그러므로 이장약존이, '너는 왜 이렇게 언제나 우느냐?'고 물었다. (소잔명존은) '우리 어머니가 계신 근국(根國)으로 가고 싶어 우는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이장약존이 미워하여, '네 마음대로 하라.'고 말하고 곧 내쫓아 버렸다."
― 전용신 역『일본서기』, 권 제 1,「신대(神代)」상(上) 제 5단
“이 때 이야나기명은 매우 기뻐하며 ‘나는 자식을 계속 낳고 낳는 일의 끝에 세 명의 귀한 자식을 얻을 수가 있었다.’라고 말씀하시고, 즉시 그 목걸이의 구슬 줄을, 구슬이 영롱한 음을 낼 정도로 들어 흔들고, 천조대어신에게 내려 주고 ‘너는 고천원(高天原)을 다스려라.’라고 말씀하셨다. 참고로 그 목걸이의 이름은 어창판거지신(御倉板擧之神)이라 한다. 다음에 월독명에게 말씀하시길, ‘너는 밤의 식국(食國)을 다스리거라.’라고 위임하셨다. 다음에 건속수좌지남명에게 말씀하시길 ‘너는 바다를 다스리거라.’라고 위임하셨다.
그래서 각각 이야나기명이 위임하신 명에 따라 다스리고 있는 중에, 건속수좌지남명은 명을 받은 나라를 다스리지 않고 어른이 되어 긴 수염이 명치 근처에 다다를 때까지 울어댔다. 그 울어대는 상황은, 파랗게 우거진 산을 마른 산처럼 울어 메마르게 하고, 강이나 바다는 우는 것으로 완전히 메마르게 하고 말았다. 그 때문에 악신(惡神)들의 소리는, 5월 경에 들끓어 대는 파리처럼 가득 차, 모든 재앙이 일제히 발생했다.
그러자 이야나기명이 건속수좌지남명에게 ‘어이하여 너는 위임받은 나라를 다스리지 않고 울어 대기만 하느냐?’라고 말씀하셨다. 이에 대해 건속수좌지남명은 ‘저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나라 근지견주국(根之堅州國)에 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울고 있는 것입니다.’라고 아뢰었다. 그러자 아야나기명은 크게 노하여 ‘그렇다면 너는 이 나라에 살아서는 안 된다.’라고 말씀하시고, 즉시 신을 쫓아내어 떨어내셨다.”
―『고사기』상권
이 기록만 놓고 본다면 내 이론에 반박하는 사람들의 말이 옳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다음이 중요하다.『고사기』와『일본서기』의 본문에는 고천원에서 쫓겨난 소잔이 “근국으로 가라.”는 말을 들었을 때 곧장 일본 시마네 현(이즈모 국)으로 내려왔다고 적혀있지만, 『일본서기』가 인용한「일서(一書)」에는 고천원에서 신라로 내려온 뒤 그곳에서 배를 만들어서 이즈모로 내려왔다고 적혀 있으며,『일본서기』에서 그 기록과 모순되는 또 다른「일서」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소잔명이 신라인이라는 내 이론을 고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소잔명이 “본래 출운(出雲. 이즈모) 신화의 조상신으로, 황조(일본 왕실 - 조약돌)의 조상신인 천조대신과는 어떤 혈연관계도 갖지 않는다.”는 차전진행(次田眞幸)의 연구 결과를 인정한다면, 소잔명이 이장염존이 보고 싶어서 울었다는 말은 어디까지나 “황실신화와 이즈모계의 신화를 통합하기 위해 취한 방법(차전진행)”일 뿐이라고 봐야 한다는 말을 덧붙이는 바이다(한 마디로『일본서기』에 나오는 신들의 가계는 서기 8세기에 정리된 것이고, 그 이전에는 제각각이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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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침 : 나는 지난번에 올린 글(「▩소잔명존 : 2. 근거지」) 에서 “'명존'과 '남명'은 일본어로 '미코토'라고 읽는데,『일본서기』에는 "가장 귀한 것을 존尊, 기타를 명命이라고 하는데, 다 '미코토'라 읽는다."는 구절이 나오므로, 이는 신(神)이나 신분이 높은 사람을 일컫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소잔명존을 ‘소잔’이라고 부르겠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기록을 다시 살펴보니, 소잔명존의 ‘명’은 명(命)이 아니라 명(鳴)이었다. 따라서 존칭을 빼고 이름만 부르려고 하면 ‘소잔’이 아니라 ‘소잔명’이라고 불러야 한다. 내가 글을 쓸 때에는 그 점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그냥 ‘소잔’이라는 글을 썼다. 나는 독자 여러분에게 이런 실수를 저지른 것을 사과드리며, 이제부터는 소잔명이라는 이름을 제대로 쓸 것임을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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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소잔명(素戔鳴)이라는 이름에서 무엇을 알 수 있을까? 우선 한자의 뜻을 볼 차례다. 한자를 하나하나 뜯어보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역사의 비밀이 풀릴지도 모른다. 한번 사전을 뒤져보자.
소素 : 흴 '소', 텅 비어있을 '소', 질박할(거칠고 투박할) '소', '바탕 소', '본디 소', 생초(生帛) '소', 성심 '소', 원래 '소', 색없을 '소'. 원래 '소'.
전戔 : 해칠 '잔', 상할 '잔', '쌓을 '전'.
명鳴 : (새가) 울 ‘명’, 소리낼 ‘명’, 부를 ‘명’, 이름을 날릴 ‘명’, 부를 ‘명’, 말할 ‘명’, 놀랄 ‘명’.
이 세 글자의 뜻대로라면 ‘소잔명’이라는 이름은 ‘거칠고 (남을) 잘 해치는 것으로 이름을 날림’이라는 뜻이다. 의역하자면 ‘악명 높은 거친 깡패’라는 뜻이다. 이름이 이렇게 안 좋은 뜻을 지닌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이 이름은 태어날 때부터 붙은 이름이 아니라, 그가 자라면서 보여준 행동 때문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붙여준 이름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중국 동한 말기에 활약했던 정치가 조조曹操도 어릴 적의 이름은 ‘아만阿曼’이었고, 나중에 이름을 조操로 바꿨다).
그럼 일본어로는 어떤 뜻을 가지고 있을까? “이 신의 성격이나 행동으로 미루어 볼 때 거칠다는 의미의 ‘스사부’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코우노 시타카미쯔(神野志隆光. 신야지융광)와 야마구찌 요시노리(山口佳紀. 산구가기)의 연구 결과에 주목해야 한다. 소잔명은 한자의 뜻으로 읽어도, 일본어로 풀이해도 똑같이 ‘거칠다’는 뜻이 나온다. 이 사실로 미루어볼 때, 그는 성격이 거칠고 남을 잘 해쳤으며, 그 일로 악명을 떨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기록으로도 증명된다.
“건속수좌지남명은 명(命)을 받은 나라를 다스리지 않고 어른이 되어 긴 수염이 명치 근처에 다다를 때까지 울어 댔다. 그 울어 대는 상황은, 파랗게 우거진 산을 마른 산처럼 울어 메마르게 하고, 강이나 바다는 우는 것으로 완전히 메마르게 하고 말았다. 그 때문에 나쁜 신들의 소리는, 5월경에 들끓어 대는 파리처럼 가득 차, 모든 재앙이 일제히 일어났다.”
―『고사기』상권
“수좌지남명(건속수좌지남명, 소잔명존)은 ‘그렇다면 천조대어신에게 말씀드리고 근지견주국에 가겠다.’고 말하고 곧바로 하늘로 올라가자, 산이나 강 모두가 울리고 국토 전체가 흔들렸다.”
―『고사기』상권
“다음 소잔명존을 낳았다(일서一書에, 신神소잔명존, 속速소잔명존이라고 하였다). 이 신은 용감하고, 잔인한 일을 할 때가 있었다. 또한 항상 소리내어 슬피 우는 것이 일이었다. 그리하여 국내의 사람들을 많이 요절하게 하였다. 또 푸른 산을 마른 산으로 변하게 하였다.”
―『일본서기』「신대」상 제 5단
“일서(一書) (1)에 말하였다. … 소잔명존은 성질이 잔혹한 것을 좋아하였다. 고로 근국(根國)을 다스리게 하였다.”
―『일본서기』「신대」상 제 5단
“일서 (2)에 말하였다. … 소잔명존을 낳았다. 이 신은 성질이 사납고, 울고 화를 내는 것을 좋아하였다. 국(國)의 백성이 많이 죽었다. 푸른 산을 마른 산으로 하였다. 고로, 그 부모가, ‘만일, 네가 이 나라를 다스린다면, 반드시 상하고 해치게 할 것이 많으리라고 생각된다. 그러니 너는 아주 먼 근국을 다스려라.’라고 말하였다.”
―『일본서기』「신대」상 제 5단
“처음에 소잔명존이 하늘에 올라갈 때, 큰 바다가 요동치고 산악이 떨면서 울었다. 이는 곧 성격이 용맹스러운 탓이었다.”
―『일본서기』「신대」상 제 6단
소잔명이 하늘에 올라갈 때 바다와 산이 흔들렸다는 대목은 그가 세상을 놀라게 할 만큼 거칠고 용맹한 성격이라는 것을 과장법으로 나타낸 것이다(나중에 다시 설명하겠지만, 여기에는 『일본서기』에 사료를 제공한 가야계 이민자들이 간직하고 있던 소잔명에 대한 두려움도 포함되어 있다). 또 그가 푸른 산을 마른 산으로 바꾸고 강이나 바다를 메마르게 했다는 대목에는 그를 ‘풍요로움을 빼앗고, 복을 재앙으로 바꾸는 자’로 여긴 관찰자들의 생각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그가 악명을 떨칠 만큼 거칠고 잔인했다 하더라도, 하찮은 신분이었다면 역사서에 기록되거나 신으로 모셔지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어떤 신분이었을까? 왕족이었을까, 아니면 귀족이었을까?『일본서기』를 읽어보면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실마리가 잡힌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신화에서 그가 그의 아버지에게 받은 명령을 꼼꼼하게 뜯어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시 한번 기록을 뒤져보자.『일본서기』와『일본서기』가 참고한『일서』에는 소잔명의 신분을 암시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부모인 두 신(神)이 소잔명존에게, ‘너는 너무 무도하다. 그러므로 천하의 임금(君)이 될 수 없다. 마땅히 근국으로 가라.’고 하고 내쫓았다.”
―『일본서기』「신대」상 제 5단
“일서 (6)에 말하였다. … 이장약존이 세 아이에게, ‘천조대신은 고천원을 다스려라. 월독존은 푸른 바다의 조수를 다스려라. 소잔명존은 천하를 다스려라.’라고 명하였다.”
―『일본서기』「신대」상 제 5단
앞에서도 말했듯이, 소잔명은 석(昔)씨족이 세운 신라 출신이다(「▩소잔명존 : 2. 근거지」참고). 그런데 그 신라 사람이 천하를 다스리라는 명령을 받고 있다. 천하를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은 임금, 즉 군주뿐이다. 이 구절은 그가 왕이 될 수 있는 왕족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소잔명의 부모가 그에게 천하의 임금이 될 자격이 없다고 말했는데, 이는 거꾸로 뒤집어 말하면 그가 원래는 임금이 될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제 소잔명의 신분과 지위가 확실하게 드러났다. 소잔명은 신라(해상신라)의 왕족이며, 왕위 계승자, 즉 세자였다. 그렇다면 그는 어째서 신라의 이사금이 되지 않고 이즈모로 내려간 것일까? 어째서『삼국사기』나『삼국유사』에는 이름을 남기지 못한 것일까? 그는 몇 살이 되던 해에 쫓겨난 것일까? 그가 살았던 시대는 구체적으로 서기 몇 년일까? 다음 글에서는 그 문제를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참고 자료
-『고사기』
-『일본서기』
(4편에서 계속 … )









